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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사평역에서

시·소설 2010/07/28 04:20 by 철구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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