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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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1

잡글 2009/05/28 14:50 by 철구


1.

진중권이 말했던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전쟁나지 않는다고. 이명박이 집권한 지 1년. 지금 북한은 정전협정을 깨겠다며 엄포 중이다.

유시민이 말했던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나라 망하지 않는다고. 이명박이 집권한 지 1년. 국세청, 검찰, 감사원, 국정원이 권력 아래 옹기종기 모였고, 광장은 봉쇄됐으며, 언론은 통제 당하고, 인터넷은 검열되며, 각종 관직에는 권력의 하수인들이 내리꽂히고 있다.

불과 1년. 우리 민주주의의 토대는 이렇게나 약했다. 그것은 모래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것이었다. 그가 있을 때 우리는 이 사실을 못 느끼고 있었으나, 그가 떠난 후 우리는 우리의 나약한 민주주의를 본다. 우리 민주주의는 이렇게 쉽게 퇴보할 수 있는 것이었고, 그가 자리를 뜨자 나약한 민주주의는 뒤로 퇴보했다. 이 결과는 국민 스스로 선택한 결과였다. 뒷걸음질치는 사람들 가장 앞선에서 우리를 뒤로 쳐지지 말라며 끌던 이는 어쩌면 그였는지도 모른다.


2.

그와 나는 생각이 달랐다. 나는 조문 기간 중 벌어지는 화물연대 상경투쟁에 동의한다. 비정규직의 아픔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그를 미워하는 마음에도 동감한다. 그러나 비록 생각이 달랐어도, 그는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대통령이었다. 그는 비판하고, 논쟁할 수 있는 상대였다. 그는 우리의 언어로 된 비판과 우리의 언어를 빌은 논쟁을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는 대통령이었다. 민주주의란 것이 생각의 다양성 안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이라면, 그는 그 다양한 생각들 중 거대한 한 축이었다. 맡아 하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그를 모질게도 비판했지만 나는 당시 어떤 압력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그 프로그램은 한나라당 항의로 사라졌다. 그의 뒤를 이은 권력자는 다른 생각을 용인하지 않았다. 그 권력자는 비판이 아닌 비난, 논쟁이 아닌 투쟁의 대상이 되어 간다. 그는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촛불로 이야기하면 그 권력자는 '촛불은 누구 돈으로 산 것이냐'고 말한다. 우리 민주주의는 이처럼 나약하다.


3.

지난 5년 그가 최고 권력자로 있는 동안 우리는 착각하고 있었다. 여의도에 사는 사람들도 우리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최고 권력자가 우리의 언어를 사용했으니 당연히 관료, 국회의원들도 모두 우리의 언어를 이해할 것이라고.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었다. 다른 생각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민주주의 사회의 대통령이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민주'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민주주의 사회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 사람을 선택한 우리 역시 '민주'라는 말을 소홀히 대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가 반에서 꼴찌하는 것도 노무현 때문'이라는 노통 씹기 국민 스포츠에 빠져 그를 놀려먹고 있을 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바로 그 순간에 민주주의를 듬뿍 즐기고 있었다. 그가 사라지자 이 즐거움 또한 사라졌으니 그 즐거움의 공로는 오로지 그의 것일 테다. 그가 존재했기 때문에 그 '민주주의'는 가능했던 것이다.

슬픈 것은 그가 있을 때 그 즐거운 민주주의를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역시 공과가 있고 명암이 있을 테지만, 그 즐거운 민주주의만은 오롯이 그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즐거운 민주주의를 내다버린 것은 오롯이 국민들이었다. 우리 민주주의는 이처럼 나약하다. 그것은 한 사람의 힘으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다수가 침묵하거나 방관할 때 나약할 수밖에 없다. 그 민주주의를 한 사람에게만 맡겨놨으니 그는 그 무게에 질려 쓰러질 수밖에 없다. 그의 죽음에서 나는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나약하다. 그것을 강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일은 그 민주주의를 누리는 다수의 의무다.'

그리고 그 '즐거운 민주주의'를 한 사람에게만 맡기고 침묵하고 방관한 공범인 나는 그의 부재가 이제와서야 무척이나 서럽다.










2009/05/28 14:50 2009/05/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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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규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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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2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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