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시민을 믿지 않는다.
폭력 경찰, 과잉 진압이라고 외치고 지금이 5공이냐고 외치지만 불과 몇 년 전. 시위를 하다 농민이 맞아 죽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고공농성을 하고, 강제진압을 당하고, 분신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불과 몇 년 전. 이 많은 사람들은 그때 뭘 하고 있었을까?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신지호에 밀려 김근태가 낙선하고, 최연희 김충환 전여옥 따위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이 많은 사람들은 그때 뭘 하고 있었을까?
당장 자기 밥그릇 달아날 일 없다고 뒷짐지고 서 있던 사람들. 혹은 시위대에게 손가락질 하며 천박한 자본이 설파하는 '돈이 최고니즘'에 부화뇌동했던 사람들.
더우기 최근 MB를 5공이나 광주와 비교하는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MB가 전두환 급이 되어야만 자신이 외치는 목소리에 명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일까? MB가 하려는 금산분리, 출총제 폐지, 대운하 등은 내 삶과 관계가 없으니까 다시 등돌리겠다는 것일까?
그래서 난 아직 시민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들이 더 당하고, 더 상처받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짧은 승리 보다는 시민의식과 노동자 의식의 '각성'이라는 더 길고 오랜 승리를 얻기를 바란다.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짧은 승리로는 이후 다가올 대운하, 민영화와 같은 수많은 싸움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며, 다음 선거에서 또 한나라당이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며, 결국 우리 삶은 도돌이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