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는 가물어 있었다. 미는 물은 송도국제도시 공사로 들쑤셔놓은 6.4km 물길을 기어 올라 남동공단과 인천 논현개발지구를 왼쪽에 끼고 할딱대야 가까스로 포구에 가 닿는다. 물을 맞는 것은 녹슨 채 버려진 어선의 닻이다. 물이 썰면 드러나는 시커먼 뻘은 빠지는 물보다 빨리 마른다. 기갈 든 뻘 위로는 언제 마지막 조업을 끝냈을지 모를 어선들이 페인트 떨어진 밑창을 내놓고 식어 있다. 그 곁으로 '소래호'요 '승진호'요, 배들의 이름이 적힌 깃발이 휘날린다. 과거 만선을 꿈꾸었을 이 깃발들은 이 포구를 드나들던 배들의 만장이다. 깃발과 녹슨 닻만 남은 배들이 지금은 그저 이름만 휘날릴 뿐인데 그 풍경을 논현개발지구 브랜드 아파트들이 내려다 보고 있다. 살은 썩고 상아만 나뒹구는 어느 적도의 코끼리 무덤처럼, 포구에는 기진해 주저앉은 배들과 먼저 묻힌 배들의 이름과 녹슨 닻만이 아련하다. 수평선은 개발 중인 송도국제도시에 막혀 보이지도 않는다. 수평선이 없는 포구에서 만선의 꿈은 이렇게 버려졌고, 수평선에 기댈 수 없는 포구는 꽃게를 팔고, 우럭을 팔고, 조개를 팔며 느리게 출렁인다.
미는 물이 시화 방조제를 오른쪽에 끼고 기어와 오이도를 거치면 월곶포구에 가 닿는다. 월곶포구는 소래포구에서 소래대교를 건너 차로 5분 거리인데, 1960년대 들어선 소래포구와는 달리 비교적 근래인 1996년에 만들어졌다. 근래에 만들어진 탓인지, 포구와 함께 들어온 것은 모텔과 노래방이었다. 월곶의 모텔은 특이하게 건물 외관에 네온띠를 둘러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인다. 이렇게 반짝이는 건물들이 한 곳에 밀집돼 동시에 깜빡이는 모습은 어떤 면에서는 장관이다. 그러나 이런 장관에도 모텔촌의 거리는 한산하여 마치 늙은 창녀의 화장 같다. 화장이 짙어도 찾지 않는 것인지, 찾을 사람이 없어서 찾지 않는 것인지 월곶의 욕망은 또 한편으로 쓸쓸하다.
이곳의 욕망은 노래방으로도 뻗힌다. 포구답게 가득 들어찬 횟집만큼 많은 수의 노래방들이 빽빽하다. 노래방을 뛰는 스물다섯 명의 보도방 아가씨 중에는 취재원도 있었다. 한 시간을 놀면 이만 원을 받는데 그중 오천 원을 떼어 보도방 사장에게 넘기고 만오천 원을 남긴다. 이날 취재원 아가씨는 네 시간을 뛰고 육만 원을 벌었다. 경기가 좋을 때는 한 달에 이백만 원 넘게 벌었다지만 지금은 그렇게 벌 수가 없다고 한다. 포구에 밀려든 물이 고기들의 배를 채웠고, 그 고기들이 어부들의 주머니를 채웠고, 그 주머니가 모텔과 노래방의 조악한 욕망을 채웠고, 그 욕망이 취재원 아가씨의 세 끼 밥을 채웠을 테지만, 그 물이 들고 써는 수평선은 지금 송도국제도시에 가로막혀 보이지도 않는다. 막히니 채워지지 않고, 채워지지 않는 포구의 욕망은 고단하다.
이곳의 갯내는 아득한 멀리서 폭양에 비벼져 스몄을 대양의 짠내 뿐 아니라 근해의 기름내도 품고 있다. 그래도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갈매기 뿐이어서 개발로 만들어진 최근의 물목에서는 날지 않고, 포구에서만 끼룩댄다. 갈매기의 눈부처에는 이제는 사라져 보이지 않는 포구의 수평선이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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