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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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 다마

시·소설 2009/07/21 00:08 by 철구





고철구는 나름 정치범이었다.

동네 당구장 양아치인 엽민이 은행보다 관공서 금고가 낫다고 얘기했다. 새벽 1시 구청 담을 넘고 현관문을 땄을 때 야간경비가 나타났다. 철구는 외쳤다. 


"용산 참사 책임져라!"

시국이 복잡하고 검경이 예민해서 잡범방에 들어가지 않고 정치범으로 분류된 건 그 때문이었다. 운동시간에는 그래도 정치범이라고 몸 부대낄 공간이 꽤나 넉넉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말 그대로 잡범방, 말 그대로 생양아치 잡범들과 만날 수 있었다. 여관방에 야식 배달 다니다가 강간 미수로 들어온 잡범 빈골은 플라스틱 칫솔을 네 개째 부러뜨렸다고 생색냈다. 네 개의 칫솔은 모두 다마로 바뀌어 빈골의 자지에 박혀 있었다. 칫솔 하나를 가는 데 보통 보름이 소요되지만 자신은 딱 6일 만에 간다는 게 빈골의 최고 자랑이었다. 처음에 죄수들은 그가 미수에 그쳤다고 '헛좆 빈골'이라고 불렀지만 나중에는 '다마 명인 빈골'이라고 불렀다.

잡범방에는 룸 두 개 관리하던 것이 가진 훈장인 조폭 따까리 차구라가 있었다. 조그만 룸 두 개는 그의 구라가 보태져 호텔 다섯 개로 뻥튀기 됐고, 있지도 않은 시칠리 섬 여름 조직 연수와 러시아 마피아와 함께 하는 노보시비리스크 겨울 워크샵이 생겨났다. 등에는 양아답게 문신이 알찼는데 '금주'와 '저축'이 푸른색으로 도드라졌다. 차구라는 빈골을 후려쳤다.

"씨펄럼아, 3일 만에 갈아."

칫솔 하나를 갈아서 다마 하나 만드는 데 3일은 무리였다. 그러나 6일이면 간다고 호언했던 빈골은 조폭 따까리 차구라에게 겁을 먹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빈골은 갈고 또 갈았다. 뺑끼통 세멘 마감에도 갈고 도색 떨어진 공그리 벽에도 갈았다. 하지만 3일은 턱도 없었고 빈골은 호언한 지난 날이 후회스러웠다. 그리고 3일이 지났다.

빈골이 손에 쥔 플라스틱 칫솔은 구슬 같은 둥근 형상이 채 이뤄지기 전이라서 야스리처럼 칫솔 막대 끝의 예각이 살아 있었다. 미처 다 갈지 못한 것이었는데, 그곳은 세탁실이었다. 차구라가 다가왔다.

"다 갈았냐?"

빈골은 하루만 더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차구라는 빈골 손에 있던 플라시틱 칫솔을 뺏어 들었다. 플라스틱 칫솔의 경사면이 눈에 들어왔고, 다마 가는 걸로 뽀대를 세우던 빈골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빈골의 눈알은 부산스럽고 비굴하게 사방을 오갔다. 차구라는 경사면을 쥐고 빈골의 옆구리를 담갔다. 짧고 예리한 소리가 네 번 들렸다. 세탁실 바닥을 흐르는 피는 세탁실답게 한 바께스의 물로 깨끗이 세탁됐다.

운동시간의 넉넉한 공간은 그후 차구라가 차지했다. 자신의 공간이 좁아지자 철구는 외쳤다.

"교도소 인권 보장하라."

잡범 철구는 인권 운동가로 변모했고 교도소 밖에는 그를 지지하는 집회가 끊이지 않았다. 그 꼴을 지켜보던 차구라는 말했다.

"아따 야무지네. 사제에서는 실리콘 한 방이믄 되는 것을 여기서는 허천나게 칫솔을 갈아야 씅게. 아무리 콩밥 먹는 신세여도 실리콘은 반입 시켜줘야재. 그것이 인권이여."

녹음 짙고 햇볕 무성한 초여름 어느 날이었다.







(트리뷰트 반골 & 그럴껄)


-끝-









2009/07/21 00:08 2009/07/2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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