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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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상 2005/10/15 03:01 by 철구
어른이 꼬마에게 묻는다.

"넌 꿈이 뭐냐?"

"제 꿈은 집짓는 목수예요."

목수라... 목수는 낭만이라도 있지. 만약 녀석의 꿈이 집짓는 미장공이라고 치자. 답은 이렇게 돌아온다.

"제 꿈은 사깡이에요."

이런 풍경을 구경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노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가꾸려 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벗어난 노동인 연예인, 변호사, 의사, 자영업자 등이 사람들의 꿈이다. 조금 상황이 좋은 대기업 노동자들 또한 좋은 아이템 잡아 자기 사업하거나, 주식 대박나길 꿈꾼다. 모두 노동을 끝내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 곳에서 노동은 벗어버리고 싶은 어떤 것이다. 이 곳의 부와 행복은 오로지 노동의 공로건만, 그 노동은 아직도 힘들고, 궁색하고, 변변찮고, 벗어버리고 싶은 어떤 것이다. '제 꿈은 사깡이에요'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상상에 불과하다. 그나마 목구멍이 포도청이기에 이 곳의 노동은 가능하다. 그래서 이 곳은 노동자들을 목구멍이 포도청이도록 방관한다.

조이는 밥통을 채우기 위해 사깡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꿈이 사깡이기에 사깡을 하는 노동. 그것으로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노동... 꿈이다.

노동과 관련한 단편 세 개를 쓸 생각이었다. 박찬욱의 '복수 삼부작'을 흉내내 '노동 삼부작'이라고 붙일 예정이었는데, 이제 하나 마쳤다. 영 꾀죄죄한 매무새다.

절절하고 애절하고 무겁고 건조하지 않았으면 한다. '노동'이라는 단어가 가진 그늘이 사라질 만큼 키득키득 재밌었으면 하는데, 다음 아이템이 또 마땅찮다.

전에도 살짝 끄적이다 말았지만 '타워 크레인 기사'가 아닌 '골리앗 조종사'를 꿈꾸는 사내의 얘기도 두고두고 맘이 쓰인다. 노가다판의 걸죽한 언어들을 살려내는 얘기도 괜찮을 성싶고, 엄청난 노동을 요구받는 노동자지만 자신은 법적으로 '사장님'일 수밖에 없는 학습지 교사들의 얘기도 스릴넘치게 풀어보고 싶다.

그치만 삘이 딱 꽂히지 않는 게 문제. 이거저거 다 도리도리.

시간이 없는데, 어디 좋은 아이템 없을까?
2005/10/15 03:01 2005/10/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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